리치몬드 과자점 성산본점, 밤파이만 담아 나오면 밤식빵이 더 오래 남는 빵집
홍대입구역에서 사람이 몰리는 쪽만 따라가다 보면 성산동까지는 잘 안 걷게 되잖아요. 그런데 리치몬드 과자점 성산본점은 그 한 번의 걸음을 하게 만드는 집이더라고요. 번쩍이는 디저트 숍처럼 앞에서 바로 시선을 낚기보다, 골목 안에서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요. 그래서 여긴 빵 하나 체크하고 끝내는 곳보다 오래된 본점 하나를 일부러 찾아가는 기분이 먼저 생겼어요.
리치몬드를 떠올리면 밤파이가 가장 먼저 나오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밤식빵이나 다른 진열대까지 같이 남아요. 조명이 따뜻하고 진열대 길이가 제법 있어서, 손이 한 번에 한 제품으로만 가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 집은 유명한 제품 하나보다 무엇을 더 담아 갈지 잠깐 망설이게 만드는 본점형 베이커리라는 쪽이 더 정확했어요.

성산동까지 조금 걸어야 해서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아요
리치몬드 과자점 성산본점은 역 앞에서 바로 끝나는 빵집이 아니에요. 홍대입구역에서 1km쯤 걸어 들어가야 하니까, 가볍게 당 충전만 하려는 날엔 솔직히 다른 곳이 더 편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래서 더 좋아요. 막상 도착하면 내가 일부러 여길 찍고 왔다는 감각이 생기거든요. 그게 본점형 가게를 기억하게 만드는 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외관도 그런 쪽이에요. 영어 간판과 나무 문이 같이 보이는데, 요즘식 미니멀 베이커리보다 조금 더 묵직하고 오래된 표정이 먼저 보여요. 성산동에서 빵집 하나를 찾았다는 기분보다 동네에 오래 남아 있던 생활권 명소를 만난 느낌에 가깝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밤파이보다 먼저 조명과 진열대 길이가 눈에 들어와요
실내는 생각보다 더 따뜻해요. 조명 톤이 부드럽고 진열대가 정돈돼 있어서, 밤파이만 집어서 바로 계산대로 가기보다 발이 잠깐 느려져요. 이런 집은 유명 제품이 있어도 공간이 급하면 금방 기념품처럼 느껴지는데, 리치몬드는 그쪽으로 안 가요. 고르는 시간이 남는 빵집이라는 인상이 훨씬 분명합니다.
이건 개인 취향인데, 빵집은 제품만 좋다고 끝나지 않더라고요. 안쪽 분위기가 바쁘거나 밝기만 하면 오래 기억이 안 남는 경우도 많아요. 리치몬드는 그런 면에서 균형이 좋아요. 새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옛날 감성만 앞세우지도 않아요. 그냥 빵을 고르는 시간이 자연스러운 집 쪽이에요.

밤파이 하나로 시작해도, 밤식빵까지 같이 봐야 이 집이 더 정확해져요
리치몬드 과자점 성산본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밤파이예요. 상자 안에 동그랗게 담긴 모습을 보면 선물용으로도 바로 이해가 되고, 집에 돌아가서 천천히 먹는 그림까지 같이 보여요. 그래서 처음 가는 날엔 밤파이부터 손이 가는 게 자연스러워요. 괜히 대표 제품이 된 게 아니구나 싶어요.
그런데 여기서 멈추면 조금 아쉬워요. 밤식빵이 같이 붙으면서 이 집 인상이 훨씬 넓어지거든요. 밤파이가 작은 단위로 나눠 들고 가는 쪽이라면, 밤식빵은 한 번 더 천천히 먹는 시간 쪽이에요. 둘을 같이 보면 리치몬드가 단순히 유명한 제품 하나만 밀어붙이는 집이 아니라는 게 보여요.

밤파이는 번듯한데 점잖기만 하진 않아서 좋아요
밤파이는 선물용으로 얌전해 보이면서도 근엄하진 않아요. 그래서 부모님 댁 들를 때 한 상자 챙기거나, 서울 안에서 빵 좋아하는 사람 만날 때 들고 가기에도 무난해 보여요. 화려한 디저트처럼 한입 임팩트를 밀어붙이는 타입은 아닌데, 오래된 빵집이 잘하는 안정감이 있어요.
반대로 새로운 맛 조합이나 사진 찍기 좋은 디저트 플레이트를 기대하면 방향이 다를 수 있어요. 리치몬드는 어디까지나 빵집이에요. 트렌디한 카페보다 포장해 들고 가는 묵직한 제품 쪽에 강점이 있어요. 그 차이를 알고 가면 훨씬 덜 아쉬워요.

결국 이 집은 밤식빵까지 보고 나와야 더 오래 남아요
밤식빵 사진까지 보면 이 집이 왜 밤파이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는지 바로 보여요. 조금 더 큰 단위로 사서 집에 두고 먹는 그림, 아침에 한 조각 잘라 먹는 그림이 같이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리치몬드는 당장 한입의 화려함보다 가져가고 나서도 계속 이어지는 빵집이라는 쪽이 더 정확합니다.
서울에서 오래된 빵집의 묵직한 공간감과 쉬어 가는 시간을 보고 싶다면 태극당 본점이 더 클래식하게 남고, 본점 규모와 대표 빵 선택지가 넓게 펼쳐지는 쪽은 성심당 본점이 더 화려해요. 리치몬드 과자점 성산본점은 그 사이에서 조금 더 조용하고 생활권 쪽에 가까워요. 홍대에서 한 블록 더 걸어도 덜 아쉬운 이유가 바로 그 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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